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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2019-06-25

 

얼마 전 오전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조중심의 대기업을, 그리고 오후에는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IT기업을 방문해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이 두 회사가 조직 규모나 사업적 특성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어떻게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두 회사는 한 때는 각자의 산업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성공을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외부적인 경영환경의 변화로 인해 지난 몇 년 동안 사업 실적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적인 여러 노력의 일환으로 조직 내에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성과지향형 조직문화의 이면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은 이 두 회사만의 일은 아니다. 폭발적인 기술진보와 역동적인 세상의 변화 속에서 오히려 저성장 경제라는 역설적인 경영환경을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우리시대의 많은 기업과 경영자들의 고민이다. 우리시대의 기업과 경쟁자들은 두 가지의 상반된 딜레마를 겪게 된다. 이들은 점점 더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조직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민첩성과 유연함,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구성원들의 주도성과 창조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수평적인 소통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조직문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들은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사업실적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당장의 성과에 구성원들의 모든 노력과 역량을 몰아세울 수밖에 없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많은 경영진들이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구성원들로부터 성과에 대한 적극적인 욕구를 이끌어내고 사업적인 성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성과지향적인 조직정서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들이 실제로 장기적인 사업성과는 물론이고 단기적인 실적향상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적합하지도 않은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도 성과지향의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은 구성원들이 업무의 결과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감으로써 성과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성원들이 성과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외부환경의 변화나 고객, 그리고 당면의 업무상의 문제해결 등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서로 협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에너지들이 조직 내부의 경쟁과 자기보호로 분산되도록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많은 경영학자들과 앞선 경영자들이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가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 속에서 진정한 성과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업적인 성과이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적인 성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성장 중심 조직문화는 학습조직화와는 분명 달라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Growth Culture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피터 셍게Peter Senge와 같은 HRD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전통적인 학습조직화Learning Organizations라는 관점과는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 본질적으로 조직문화는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일련의 생각과 믿음을 일컫는 집단가정이 눈에 보이는 행동과 인공물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습조직은 지식이나 전문성과 같은 지적활동을 근거로 하는 주제들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기존의 학습조직화의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의 결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와 연결되어 있는 주제들에 더 깊이 있게 집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조직 내에 COP학습조직이나 교육활동과 같이 개인과 조직의 학습활동들을 어떻게 활성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보이는 현상적인 한 부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진정한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개인과 조직이 일상의 업무활동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학습과 성장의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차원의 정서적 그리고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핵심요소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구성원 개인의 성장이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기적이고 도덕적인 관념이 결단코 아니다.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당연히 장기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만 조직의 단기적인 목표와 눈앞에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업무의 실행과 문제해결의 과정 속에서 개인과 조직이 자신의 사각지대를 볼 수 있는 역량을 이끌어낸다.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구성원들이 무의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나가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불안정성이나 부족함 등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밖으로 드러내게 된다. 또한 구성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외부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집중하게 된다. 또한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에서는 구성원들이 현재의 성공과 실패에 관해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또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느끼도록 해야 하느냐가 자신이 얼마나 많이 아느냐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한다. 이를 통해 매순간 리더와 구성원들이 보다 본질적인 조직의 가치창출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협력적 시너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당면한 현재의 과제 속에서도 성과를 극대화한다.

 

 

학습기회에 대한 인식 수준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첫 번째 핵심요소는 학습기회Learning Opportunity에 대한 인식수준이다.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만큼이나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에서도 일의 결과로서 성과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에서는 승리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에 덧대어 실패와 결핍을 구성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차원의 학습과 개선의 중요한 기회로 인식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것은 듣기에 상당히 좋은 말이지만 사실상 실행을 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실패나 결핍을 숨기거나 축소하려고 하고, 자기 합리화하려고 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부인하려고 한다. 자신의 실패와 결핍을 드러내는 행위는 스스로를 약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느껴지게 만들고 이에 대한 두려움은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관점을 좁히고 제한하게 된다.

 

학습기회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드러내더라도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고, 조직의 리더들이 자신의 부족과 실수를 대한 겸허함과 개인적인 책임감을 보여주는 노력들도 필요하다. 또한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조직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한 예로 대표적인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가진 대표적인 DDO(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으로 불리는 미국의 헤지펀드 회사 브리지워터에서는 이슈로그라는 제도를 통해 조직 전반의 문제와 실패를 공개하고 구성원 개개인이 그 실패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한다. 이를 통해 그 실패의 과정에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다 함께 실패 속에서 가치 있는 학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에 대한 집단가정을 조직에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실패나 실수조차도 조직의 재무적인 성과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헤지펀드 투자라는 사업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브리지워터는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위한 이러한 구체적인 노력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헤지펀드사로서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패에서 학습의 기회를 인식한다는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무조건적인 실패에 대한 용인과는 개념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실패에서 학습의 기회와 새로운 시도를 위한 잠재적인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지 부주의로 생기는 실수, 업무 태만이나 별 볼일 없는 기술, 눈에 보이는 무능력함 등으로 기인된 실패들을 그저 긍정적으로 수용해주자는 의미가 절대로 아니다.

 

 

학습 지속성의 수준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는 학습 지속성Learning Continuity의 수준이다. 이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호기심과 질문을 촉진하고 조직적인 투명성을 유지함으로써 조직 내의 학습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도된 교육이나 학습공동체 활동과 같은 특정 학습활동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자신이 가장 성장을 경험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그것이 특정교육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어떤 학습활동이 아니라 도전적인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을 때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조직 내에 이러한 학습의 지속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모든 업무활동에서 업무의 물리적 성과만이 아니라 업무의 활동 속에서 참여자들의 성장경험을 또 하나의 성과로 인정하고 강조해야 한다. 또한 업무의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성공과 성취를 리더와 구성원들이 함께 축하하는 것을 일상화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거의 매일 일어날 것 같은 지극히 작고 일상적인 성공과 성취들을 구성원들이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반복적인 노력을 통해 일 자체가 학습과 성장의 순간이라는 것에 대한 조직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직 내에 학습의 지속성 수준을 향상시키는 활동으로는 AAR(After Action Review)이나 허들과 같은 방법론을 들 수 있다. AAR은 소규모의 미국 해병대원들이 개별 전투작전을 마치고 안전지대로 복귀했을 때 군장을 내려놓지 않은 상태에서 대원들 간에 작전에 대한 리뷰를 캐주얼하게 나누는 것에서 시작된 방식이다. AAR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 하는 결과보고회와는 거리가 멀다. AAR은 업무수행결과 서류화하고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업무 과정상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업무성과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단위 조직 내에서 매번 개별 업무활동이 완료되었을 때 그 업무활동에 함께 참여했던 사람들이 간단히 둘러앉아서 이번 업무활동에서 잘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잘 됐는지를 간단히 이야기하고, 또 다음에 우리가 똑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면 어떤 것들을 보안하면 좋을 지와 어떤 것들을 새롭게 해보면 좋을 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허들은 AAR이 각각의 업무활동이 완료되었을 때라면 허들은 업무의 완료와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구성원들이 차 한 잔과 함께 지난 며칠간의 업무들의 긍정적 시각에서 성찰하고 그 속에서 성취와 학습의 포인트들을 인정하는 활동이다.

 

 

학습 의지 수준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세 번째 요소는 학습 의지Learning Intention 수준이다. 조직에는 일반적으로 안정적 상태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집단가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해 나갈 것인가가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집단가정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단기적이고 관리가능한 수준의 시도와 실험을 지속적으로 유발해 작은 성공의 경험과 함께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별문제 없다는 가정을 만들어가는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계획과 실행의 사이, 출근했을 때와 퇴근했을 때의 사이, 사적인 대화와 회의석상의 대화의 사이 등에 일정수준의 인식적 차이를 허용한다. 이러한 인식적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조직 활동의 모든 영역을 최대한 투명하게 유지해야 한다.

 

 

성장 중심의 조직문화는 리더와 구성원의 관심을 "우리가 충분히 잘하고 있는가?"에서 "우리가 충분히 빠르게 학습하고 있는가?"로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며, 이것은 개인의 성장과 동시에 조직의 사업적 효율성도 제고하게 된다. 

 
 
 

대표, AIPU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5월호의 내용입니다.